In our most fragile yet tenacious state, we twist and entwine. Tightly bound, unable to move freely. Although we may appear complete as if as a finished product, there lie countless conflicts and struggles within us. We do not need to say it aloud. We sense it in each other. We know that we have carefully pressed down and the traces have been obscured.
The moment when something is expressed in language, that moment is defined. It feels as if a judgement is passed. Once fixed as such, a thin yet stubborn filter settles in-between my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And in doing so, I seem to have forgotten how to truly face the traces. When I realized that this was no different from being a coward, I felt ashamed. And yet, I also felt wronged. I never intended to be a coward. I am simply unable to articulate it, I become muted, and I could not bear to be both a coward and a mute.
So I am trying to polish and soften my long-stagnant emotions and make them present. So that the process can touch you with its final stage, so that you can first sense the smooth, refined surface I have chosen as its best way of confrontation. In that way, I wish to build our delicate outer layer together. May our residue someday stand vividly at the edge of your gaze.
작업노트, 2025
본 적 없는 것을 본 것처럼 성실히 그려낸 그림들에서 흥미를 느꼈다. 대부분의 종교화나 신화를 그려낸 그림들이 그러했다. 전해 들은 이야기를 마치 경험한 것처럼 그리기 위해서는 허투루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믿게 하기 위해서 있음 직한 환영은 필수적이다. 그렇게 성실히 묘사해 낸 그림들에서 아름다움과 기묘함을 동시에 느낀다.
언젠가 어떤 경험에 의해 내가 믿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무의식중에 학습된 것일 수 있음을 자각한 뒤로부터 더욱더 열심히 현실에 의하지 않은, 누구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도 않는 나만의 상상 혹은 공상 어쩌면 망상의 세계를 창조해 관찰하고 있다. 현실로부터 시작된 감각들이 최대한 그 시작점에서 멀어지려 애쓴다. 그러나 또 너무 멀어져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곳에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완결된 환영의 몰입을 방해한다. 방해하지 않으면 그려진 이미지 속 눈에 보이는 것들이 그들 독자적으로 서사를 만들어버릴 것만 같다. 서사의 요소를 갖춰놓고 서사가 없다고 말하며 그 공백으로 생기는 불안함을 아름다움으로 감추기 위해 고심한다. 최대한 예민하고 섬세하게- 필요하다면- 의미 없는 장식,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들, 부드럽고 연약한 감각을 모두 동원한다.
형언하기에 너무 모호한 그러나 분명한, 그 섬세한 진동이 너에게 닿기를 바란다.
차분히 완성한 그림을 가만두지 못할 때가 있다. 네모난 화면 속 이미지로만 승부 보기 두려워서 그럴 수도 있고 완전무결한 척하는 허구에 대한 거부감일 수도 있다. 그게 강하게 작동될 때면 그림이 스며든 천을 풀어 헤치거나 구김을 주거나 빳빳한 판넬에서 흘러나온 천을 감추고 싶지가 않아진다. 수채물감은 아무리 여러 번 칠해도 그 얇기가 유지된다. 얇아도 깊이가 생긴 안정감 있는 화면은 그렇게 천의 구김에 따라 같이 구겨지고 흘러내리고 그러다 실오라기와 함께 해체되며 보잘것없는 천의 연약함에 무너진다. 지젝(Slavoj Žižek)의 말에 의하면 환상은 거짓이 아니라 현실을 가능하게 해주는 구조이며, 이데올로기는 환상을 통해 유지된다고 한다. 현실에 의하지 않고 싶어 애썼던 나의 환상은 사실 그 현실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요소였다는 것이 내가 매끈한 거짓을 건드리며 느낀 안도감이었을까. 나와 그림은 언제까지고 이렇게 그럴듯한 추측으로 가까워지고 또 멀어진다.
김영현